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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경제학자라면' 의 2강에서는 통화정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국 정부의 심장인 캐피톨힐 지역에서 1970년대 초에 불황이 시작된 이야기를 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경제에서 보아왔던 일반적인 불황이 아니라 캐피톨힐 탁아협동조합이라 불리는 아이 돌봐주기 모임 안에서 일어난 불황이었습니다. 이 조합은 서로 아이를 돌봐주기로 한 부모들의 모임이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국회의사당 또는 그 근처에서 일하는 의회 직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조합의 명칭을 그렇게 붙인 것이지요. 조합원은 거의 200가구에 달했기 때문에 누가 아기를 맡기고 누가 돌보아주었는지를 파악해서 장부에 기록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장부 대신 화폐처럼 쓸 수 있는 '증서'를 사용했습니다. 조합에 가입하는 가정은 40장의 증서를 발행받았는데, 증서 한 장을 내면 30분, 피크 시간대에는 15분 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었습니다. 조합의 가족들은 아이를 돌봐주는 대가로 이 증서를 서로 주고받았으며, 조합을 탈퇴하는 경우 증서를 반납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 당신이 신입 조합원이라고 가정해 보지요. 당신은 40장의 증서를 받고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흠, 이걸로는 피크 시간대에 10시간밖에 사용할 수 없잖아? 이번 주말에 남편이랑 나가서 외식하고 영화를 볼 생각이었는데 그러려면 대여섯 시간은 걸릴 거야. 혹시 다음 주에 갑자기 부부동반 모임이 있어 급하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증서가 부족하면 어쩌지? 아무래도 이번 주말에는 나가지 않는 게 좋겠어. 그 대신 다른 아이를 몇 번 맡아주고 증서를 더 많이 확보해놓아야겠군.'


 이 이야기를 통해 팀 하포드는 불황에 대해 설명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신입 조합원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외출하지 않고 모두들 증서를 모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아이를 맡기지 않으면 아이를 돌봐주고 증서를 모을 기회를 누가 찾을 수 있겠습니까. 한 부부의 지출이 곧 다른 부부의 수입이 되기 때문에 이 조합은 스스로 순환하며 움직이는 그런 조직이었습니다. 지출이 없으면 수입도 없는 것입니다. 그 결과 '탁아 불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더 큰 경제 단위에서 생기는 불황의 본질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인 것입니다.

 탁아협동조합은 주로 변호사들이 운영했기 때문에 규칙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불황을 타개해 보고자 했습니다. 조합위원회는 조합원은 6개월마다 한 번은 외출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조합원들이 사교생활을 더 활발히 하도록 강제해서라도 탁아 경제를 활성화시키려 했다면, 상황이 매우 절망적이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나 결국 이 방법도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결국 조합위원회는 경제학적인 면으로 방향을 바꾸어 효과를 보게 됩니다. 바로 증서, 즉 돈을 더 많이 찍어내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각각의 조합원은 10시간의 증서를 추가로 지급받았고 새 조합원들도 가입과 동시에 10시간의 증서를 추가로 받았지만, 탈퇴할 때는 20시간의 증서만 반납하도록 했습니다. 양도 적고 줄어들었던 돈의 공급량이 풍족해지고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황에서 벗어나게 되는 놀라운 기적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제에서 통화공급의 변화를 의미하는 통화정책을 사용하여 상당히 직접적으로 불황을 극복해나가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야기에서처럼 돈을 찍어내는 걸로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돈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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