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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가 완벽하게 좋을 때 실업률은 0%일까? 혹은 경기가 나쁠 때는 빈 일자리가 금방금방 채워질까? 그렇지 않습니다. 실업에는 세계경제가 침체되어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생기는 경기적 실업이 있는가 하면, 산업구조의 변화로 채산성이 떨어져 설비를 다른 나라로 옮기면서 기존의 직원들이 직장을 잃게 되는 구조적 실업, 농한기에는 일손이 필요 없어져 발생하는 계절적 실업도 있을 수 있습니다. 201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피터 다이아몬드는 그중에서도 구직과 구인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동자와 고용자 사이에 이런저런 조건이 맞지 않아 생겨나는 자발적 실업에 주목하였습니다. 국제노동기구 보고서는 기업이 일자리 공석이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적합한 노동력을 찾지 못해 사람을 뽑지 않으면서 실업률이 엄청나게 치솟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상품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은 가격에 따라 비교적 신축적으로 균형을 찾아나갑니다. 하지만 노동시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언제나 찾을 수 있고, 기업이 원하는 사람을 언제든지 고용할 수 있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그래서 실업자는 늘 존재합니다. 왜 그럴까요?


 인륜지대사인 결혼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여자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백마 탄 왕자님을 탐색합니다. 하지만 왕자님은 쉽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나이가 슬슬 차자 하늘 높은 줄 모르던 그녀의 눈높이도 어느 순간 꺾이고 마침내 적당한 짝을 찾아 결혼에 골인하게 됩니다. 짝을 찾기 위한 탐색과정이 반복되는 동안 서로 맞지 않아 헤어지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도 겪었습니다. 그사이 금전적, 시간적인 손실도 보았습니다. 이런 탐색 비용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부모에게도 큰 부담입니다. 그나마 천신만고 끝에 최고의 배우자를 만났다면 다행입니다. 결혼지상주의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결혼을 목적으로 탐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결혼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쓰린 마음으로 비용까지 써가면서 여전히 탐색을 계속해야 합니다. 이들은 매칭의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서 짝을 찾기도 하는데, 성사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서로의 이상적인 조건을 반영해 탐색 비용을 줄이고 가급적 짝을 빨리 찾아주는 것이 결혼정보회사의 1차적 목표입니다. 결혼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가진 남녀가 스스로 이를 성취하기 어렵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런 논리는 고용시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한쪽은 구인난을, 다른 쪽은 구직난을 겪는 경우가 생깁니다. 중소기업들은 손이 달려 아우성인데, 청년실업은 고공행진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고용과정에서 매칭 문제에 직면합니다. 기업은 더 나은 인재를, 근로자는 더 나은 직장을 끊임없이 탐색합니다. 어떤 사람이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고 해도 자신을 고용해 줄 기업이 어디 있는지 모르면 정보의 비대칭성이 생깁니다. 구직 활동을 위한 거래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에 구인과 구직의 과정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구인과 구직의 수요와 공급이 충분해도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고 실업이 생기는 경우 그래서 '탐색 과정'에 정책의 초점을 둬야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식탁위의 경제학자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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