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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각 나라에서 천문학적으로 푼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당시 선진국들은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재정정책의 여력이 크지 않았습니다. 이미 제로금리인 상태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정책을 쓸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앙은행이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구입해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은행의 대출 여력을 증가시키고자 했습니다. 가계나 기업에 돈을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시중은행의 대출여력을 확대하는 정책입니다. 정책 당국은 대출 여력이 커진 은행이 푸는 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가서 실물이나 금융자산을 사는 데 스이고, 이것이 실물시장을 이끄는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주가가 올라 개인의 부가 늘어나면 소비가 증진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물가 인상 기대 심리도 제고하고, 부가 늘어 소비를 늘릴 수 있다면 그것은 세금을 절감해 소비 여력을 증대해주는 효과와 비슷합니다. 그래서 양적완화 정책은 결국 화례로 조달하는 세금 감면 정책이 됩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돈을 풀었는데도 기대만큼 물가가 오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채권 값이 오르고 채권 금리가 뚝 떨어졌습니다. 개별 시중은행들은 좀 더 위험한 회사채와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이렇게 풀린 돈은 부동산 시장으로도 가서 전반적으로 자산 가치를 상승시켰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돈은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가 신흥국의 자산 가치도 올려놓았습니다. 신흥국 경제는 구조개혁의지연,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좋지 않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2009년, 2010년 두 차례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을 때는 미국 경제의 실물 부문 개선에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었습니다. 2012년부터 시작한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한 이후 2014년에 가서야 실물 부문 지표에 의미 있는 숫자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오히려 늘어난 유동성을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사상 최고치에 이른 미국 주식시장을 보며 사람들은 거품 여부를 논하였습니다. 반면 일본과 유럽의 다수 국가들은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는데도 가계의 소비나 기업의 투자가 그렇게 늘지 않고 돈이 채권, 주식, 부동산으로만 흘러가 중앙은행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중국에서도 주식열풍이 불어 너도 나도 주식을 샀고 중국 주가는 단기간에 급속히 올랐습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제로금리에 머물렀던 기준금리를 2015년 12월 우여곡절 끝에 0.25%로 인상했습니다. 그런데 2016년 벽두부터 중국의 주식시장은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가능성, 금융 불안을 빌미로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세계 주식시장이 동조화되어 함께 크게 빠졌다가 몇 개월이 지난 후 다소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누군가는 불안한 중국 경제를 겨냥해 위안화 가치의 하락에 베팅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가치가 하락하는 쪽에 투자해 대규모 공매도를 하는 월가의 지탄받을 행위는 중국 정부와 힘겨루기를 한 세력의 행위와 비슷합니다. 영화 '빅쇼트'를 보면 이와 같은 상황이 나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을 발행한 은행들이 자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S&P 같은 신용평가기관에게 돈을 주고 등급을 사는 장면입니다. 금융회사와 신용평가기관의 담합해 벌이기 사기 행위는 무고한 일반인의 피해로 나타났습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금융회사도, 신용평가기관도 이렇게 서로를 배반하는 것은 물론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이 '금융의 속성'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식탁위의 경제학자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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