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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중고물품 사기로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130여 명으로부터 3,000만원 가량을 챙긴 고등학생이 경찰에 구속되었습니다. 정보가 시장에 완전하게 반영된다는 것이 여러 경제이론의 가정인데, 실제 시장에는 이처럼 기만과 속임수가 많습니다. 효율적 시장가설, 적응적 기대가설, 합리적 기대가설은 효율적이고 완벽한 정보의 대칭성을 가정한 이론입니다. 우리가 사는 시장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시장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와 같은 시카고 학파의 학설이 진실인지 의문이 듭니다. 

 정보가 넘치는 인터넷 시장에서도 서로가 가진 정보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여전히 경제학의 핵심 문제 중 하나입니다. 구글과 야후의 시가총액이 미국 전체 항공사 시가총액의 몇 배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 정보는 돈이 되는 것이 분명하고 시장은 정보를 완전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차 상태가 깔끔한 무사고 차량을 중고시장에 1,600만원에 내놓았는데 구매자가 1,200만원에 팔라며 협상하려고 든다면, 판매자는 차라리 믿을 만한 지인에게 제값을 받고 파는 쪽을 택할 것입니다. 반면 차종과 연식이 그와 같지만 사고 차량으로 상태가 좋지 않아 실제 가치가 1,2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차를 중고시장에 1,200만원에 내놓았다고 합시다. 고객은 이 차를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미 형성된 가격에 차를 구입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에 이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제대로 된 차는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되어 애초에 시장에 나오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중고차 시장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구매자는 모든 판매자를 '사기꾼'으로 여기고, 판매자는 모든 구매자를 '진상'으로 인식해 시장 전반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팔려는 사람은 자기 차의 가격이 평균 이상인지 이하인지 알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은 이것을 모르므로 항상 평균 가격만을 선택하게 되어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격이 평균 이상인 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사라지고, 가격이 평균 이하인 차만 남아 구매자에게 비효율적이라는 게 애컬로프의 이론입니다. 이렇게 판매자가 구매자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소비자가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레몬시장이론을 '역선택 이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중개인의 역할을 등장하게 되어 소비자 주권을 희생시키기도 합니다.


 중고차도 전문 딜러를 통해서 사면 그나마 낫습니다. 그러나 그 가격이 일반 개인 간의 거래 가격보다 상당히 비싸 서민들은 구입을 주저하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온라인 직거래를 이용합니다. 별도의 수수료가 없고 당사자 간 가격 흥정도 가능합니다. 직거래는 약속된 물건을 받지 못하고 돈만 날리는 사기 위험도 높습니다. 통신판매업자의 신고 의무도 정보 제공 의무도 구매 안전 서비스 제공 의무도 없어 거래 안전을 제도적으로 담보하기도 어렵습니다. 최근 수년간 온라인 직거래 사기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온라인 중고 상품 직거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직거래 시장 자체가 위축될 우려도 농후합니다. 하지만 온라인 중고 상품 직거래는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정부가 사전적, 제도적으로 규제를 하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공인된 판매자가 일정 기간 동안 애프터서비스를 보증하거나 프랜차이즈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비해, 개인 간 직거래는 가격이 싼 것 이외에는 이런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개인 간 거래에서는 정보를 완전히 아는 것도 사실 불가능합니다.


 우리 정부는 중고 자동차 시장 선진화와 중고 자동차 온라인 경매제도 개선으로 소비자 피해를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야 합니다. 미국의 중고차 평가 기관인 켈리 블루 북처럼 중고차 가격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자동차 분야 전문기관에 민원센터를 설치해 중고차를 구매한 소비자의 피해를 상담하고 지원해 주는 것은 그런 취지에 부합합니다. 중고차 시장의 불법행위 방지를 위해 자동차 성능을 조작한 성능검사장은 적발 즉시 영업 자격이 취소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매업자의 매물이 허위이거나 미끼 매물인 것이 적발될 경우에 매매업 등록을 취소하는 강력한 조치가 병행되는 것도 불가피합니다. 온라인 경매 이용자 보호를 위해 온라인 경매 시에도 주행거리와 자동차이력관리정보를 표시하도록 하고 거래기록을 보관하는 관례를 정착시키도록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정보의 대칭을 이루는 현실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고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 구성원이 함께 믿을 만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인터넷 서명 중 내 머릿속을 빤히 들여다보는 것 같은 광고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누군가 당신을 낚을 기회를 엿보고 있다면 당신은 방어 태세를 강화해야 합니다.


-'식탁위의 경제학자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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