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젯밤 마눌님과 함께 티비를 보고 있었다.

뭐였는지는 기억도 안난다.


내 뇌리에 남은 건 라면광고를 보고 먹고 싶다고 징징 거린 마눌님의 목소리뿐...


12시가 다되어 가는 시간이라 살살 달랬다...

오늘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내가 끓여 주겠다고.


마눌님이 시계를 보더니 그럼 들어가서 자자고 했다.

그래서 얌전히 따라가 팔베개하고 땡이한테 동화도 한편 읽어주고 속이 울렁거린다는 마눌님 등도 쓰담쓰담 해주며 재워드렸다.


그리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마눌님과의 약속이 생각났다.


사실 원래도 쉬는 날 아침은 라면...

마눌님은 쉬는 날 시각이 2자리 숫자가 되기 전에 깨우면 포악해지므로... 잠없는 나는 일찍 일어나 혼자 티비보고 라면 먹으면서 시간을 때운다...


그러나 오늘은 마눌님과 함께 아침 라면을 하기로 했으니까 배고픔을 참고 기다렸다. 찬장을 뒤져서 찾아낸 초코파이를 먹으면서...


그리고 대망의 9시 50분 물을 끓이고 라면을 맛나게 끓였다. 난 푹 퍼진 면이 좋지만 마눌님은 꼬들꼬들한걸 좋아하니까 살짝 덜 끓이고 터지지 않은 계란까지 완벽하다.


그리고 칭찬을 기대하면 안방문을 열었다가 베개에 맞았다..ㅠ.ㅜ


라면냄새가 토할 것 같다는 마눌님.

왜 아침부터 냄새라는 라면이냐면서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짜증짜증..


결국 난 대역죄인이 되어 온 집안의 창문을 열고 천연 탈취제를 뿌리고 가장 냄새가 덜 나는 서재로 마눌님을 대피시켜 드리고 나서야 혼자 뿔은 라면을 먹었다.


눈물을 삼키면서...


울집보다 3달 먼저 임신한 친구놈이 입덧하는 마눌 수발들면서 "군대 다시 간것 같다"는 말을 할때 이해가 안되었는데


오늘 딱 알겠다.


그 옛날 군대에서 먹던 딱 그 눈물 젖은 라면 맛이 느껴졌다.


3시간 후 다시 어제 그 문제의 라면 광고를 보고 어제의 약속이 기억난 마눌님은 "미안해"라면 매우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 사과의 한마디를 날려주셨다.


난 매우 힘없는 중생이므로 그 한마디에 만족감을 표시해야 햇다...ㅠ.ㅠ(물론 만족감을 마눌님께 표현해 드렸을 뿐 내가 만족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